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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시]포켓몬스터:썬문 3화(섬의 왕)

나는 오른팔을 허무하게 하늘로 뻗었다.
"안돼....."
하늘이 멀어져 갔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순간, 하늘이 번쩍거렸고, 어떤 것이 노란 빛을 흩뿌리며 빠르게 날아왔다.
그것이 나를 낚아채 땅에 착지할때까지 나는 숨을 쉴수가 없었다.
별구름은 아직 나의 품에 있었다. 너무 세게 안아서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그것을 직면했고, 그것도 나의 머리와 다리를 받치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주황색의 커다란 볏, 검은 머리,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해괴하게 생겼다.
그것이 나를 내려 놓았고, 나는 제대로 설 수 없어 휘청거렸다.
날개―로 추정되는―를 펴고 탁하고 커다란 울음소리를 낸 그것때문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구하러 온 건지, 그것은 하늘을 향해 폭발하듯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풀이 요란하게 날라다니고, 돌풍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저것도 포켓몬인가? 나는 별구름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보인다.

"다행이야...너...또 힘을 사용하려고...예전에도 이러다가 움직일 수 없게 됐잖아...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아."
힘은 역시 별구름의 힘이 맞았던 모양이다. 여자아이는 별구름을 안아올렸고, 다시 조그만 입술로 벙긋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미안해...그때 너는 나를 구해줬어...그런데 나는 너를 지키지 못해서..."
"퓨우!"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별구름이 소리를 냈다.
"어라?"
소녀가 갑자기 허리를 숙였고, 나의 시선이 그녀의 손을 따라갔다.
무언가에 햇빛에 비춰져 반짝거리고 있었다. 소녀는 그것을 주웠고, 그제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위험한데도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이 아이는 역시 섬의 왕이 아니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거, 당신 돌이죠?"
그녀는 내게 아까 주웠던 돌을 건넸다. 알록달록한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으며, 햇빛에 달궈져서 그런지 따뜻했다.
"이 아이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비밀로...비밀로 해주세요."
그녀가 눈빛으로 나에게 호소하자, 나는 입을 떼며 대답했다.
"비밀은...지킬께. 그리고 이건 내 돌이 아니야."
별구름에 대해 소문을 내보았자 지금 당장은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때가 온다면, 별 망설임 없이 말할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겠지.
그녀는 별구름을 다시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았다. 답답하지는 않을까. 나는 별구름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고마워요. 그 돌은...그냥 당신이 가지세요. 그리고...이 아이 어쩌면 또 공격당할지도 몰라요. 갑작스런 부탁이라 죄송하지만 광장까지 같이 가주셨으면 해요"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이 제안을 거절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자, 박사님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이했다.
주위에 특별히 눈에 띄는 이는 없는 걸 보니, 그쪽도 섬의 왕은 찾지 못한 듯하다.
"왔구나! 섬의 왕은...못 찾은 것 같지만, 대신 조수와 만났구나!"
우리가 쿠쿠이씨 앞에 도착하자, 그는 다시 한번 더 입을 열었다.

"그럼 제대로 한번 소개할까? 이쪽은 내 조수!"
내 앞에서 걸어가던 소녀는 뒤돌아 나에게 인사했다.
"앗 네...릴리에라고 합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다시 곱씹었다.
분명히 꽃이름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지방에 대해 잘 모르는게 많은 아이니까 많이 가르쳐 주렴."
릴리에는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시 한번 더 인사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뒷말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섬의 왕 할라님이 돌아오셨다―!"
한 남자가 마을 입구에서 소리치자, 우리는 동시에 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서 한 늙은이가 크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눈은 위로 찢어지고 눈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얗게 센 머리는 위로 짧게 묶었으며,
가벼워 보이는 노란색의 화려한 겉옷이 그의 거구를 덮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나?"
"잠깐...할라님 어디갔다 이제오세요?"
"자네가 너무 갑작스럽게 말한 탓이 아닌가?"
섬의 왕이라 자칭하는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신뢰가 가는 목소리와 미소였다.
"그런데 릴리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아까 카푸꼬꼬꼭이 나는 모습을 봤는데?"
릴리에가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두 어른은 놀라는 것보다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오옷! 그거 놀라운데?"
"호오! 수호신이라고 불리지만 변덕스러운 카푸꼬꼬꼭의 마음을 움직였구나. 쿠쿠이여, 멋진 일이지 않는가!"
나는 죽을 뻔 했는데, 그런 걸 신경도 안쓰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아이가 이번에 섬순례에 도전할 아이인가?"
"그렇습니다. 어쩌다보니....."
쿠쿠이 박사는 말을 지어낼 자신이 없었는지 대충 얼버부렸다.
"그런데 이 눈 아래 무늬는 뭐니?"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 밑에 타원형의 무늬를 문질렀다. 거친 느낌이 피부로 통해 느껴졌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제가 있었던 곳에서 유행했던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듯하게 할 말이 없기에 나는 대충 둘러댔다.
실제로, 내가 살던 곳에서 허벅지나 배에 작은 타투를 새긴 사람들이 있다.
유행이나 멋으로 한 것이 아니였다.
서로를 증명하고 국가를 상대로 반역을 저지르겠다는 표시였다.
그들은 [네메시스]라고 불려졌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의 무늬는 선천적인 것이다. 유전도 병이 아니였다.
내가 이 무늬를 남겨두겠다고 결심한것은

그 사람이,
이 무늬만 있으면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날 알아볼 수 있을꺼라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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