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얼음요새님의 이글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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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시]포켓몬스터:울트라 썬문 13화

차원이동이계아무래도 없는 것 같네.”
쿠쿠이 박사는 마우스 휠을 돌리다 말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그 아이 말고는 전례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하면서.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까 로토무가 들어왔을 때는 많이 놀랐다. 이계에 대해 조사하기 전에 정말로 일을 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거짓말도 못했을 것이다. 만약 들켰다면 눈치가 빠른 로토무가 그녀가 다른 세계에서 왔음을 알아챌지도 모른다. 쿠쿠이는 수월하게 섬 순례를 마치기 위해서라도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로토무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외계인이라…”
며칠 전,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밝았을 때였다. 수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그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카메라를 들고 연구소 밖으로 나왔고, 본으로 본 그대로는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나 별을 구경하려는 것인지 풀숲이나, 해안가에서 기어 나온 포켓몬들도 연구소 주변에 모여있었다. 신비로운 기운에 휘말린 쿠쿠이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목이 아플세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바다 같았다. 저 수많은 별빛을 따라 물 포켓몬이 헤엄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별을 삼키려는 것처럼 하늘 가운데에 커다란 틈이 생겼다. 쿠쿠이는 이를 놓칠 새라 카메라로 틈을 찍었다. 전설의 포켓몬이라도 나타나는 건가. 쿠쿠이는 내심 기대했지만, 틈 안에서 떨어지는 것은 포켓몬이 아니었다.
‘…사람?’
쿠쿠이는 뭐라 생각할 시간도 없이 아이를 잡으려고 뛰어나갔다. 아이가 떨어지기 몇 초전, 쿠쿠이는 몸을 날려 아이를 안았고, 그대로 풀숲으로 떨어졌다. 풀과 흙이 지저분하게 얼굴에 달라붙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잡았다….’
쿠쿠이는 긴장이 풀린 탓에 몸에 힘이 안 들어가 풀밭에 누운 채로 천천히 호흡을 내쉬었다. 우스운 표현이지만 아이는 마치 갓 구운 빵처럼 부드럽고 따듯했다. 쿠쿠이는 풀밭에 아이를 천천히 눕혔다. 살아있다. 미세하지만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쿠쿠이는 멍한 기분을 내치고 아이를 안아올려 연구소 안으로 데리고 갔다.
이제 쿠쿠이는 소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눈 밑의 문양이나 글을 읽지 못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포켓몬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쿠쿠이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 아이에게 암멍이가 포켓몬이라고 설명할 때 그 표정을 쿠쿠이는 기억하고 있다. 마치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아이에게 섬 순례를 하라고 한 거야?’
쿠쿠이의 마음 한 구석에서 이 말이 맴돌고 있었다.
그 아이가 미월이의 자리를 대신 메워주길 원한 게 아닐까?’
쿠쿠이는 자신에게 대답했다.

 
무슨 고민 있는 건가요?”

릴리에가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아니, 없어.”
나는 짥게 대답하고, 빠른 걸음으로 릴리에를 앞질러갔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다 떨쳐 내려고 고래를 세차게 흔들면서. 나중에 쿠쿠이 박사에게 직접 물어보자. 아르세우스가 가르쳐준 대로 내가 이 세계 출신이 아닌 것을 아는 건지.
하우는 벌써 1번 도로로 진입해 저 멀리 걸어가고 있다. 내가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걸음이 느려진 모양이었다. 내가 하누를 따라잡기 위해 뛰기 시작하자, 뒤에서 릴리에가 같이 가자며 소리치는 게 들려온다. 하우가 트레이너 스쿨에 도착했을 때쯤, 그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나는 무릎을 손으로 집으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목 안이 따끔따끔하다. 두고 온 릴리에가 생각나 뒤를 돌아보니, 제 딴에는 전력으로 뛰어오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비틀거리며 상당히 한심한 속도로 뛰어오는 릴리에가 보였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하우의 등을 손바닥으로 밀어 트레이너 스쿨 안으로 들여보냈다.
릴리에 안 기다릴 거야?”

그러다 늦어.”
나는 뛰느라 흘러내린 가방끈을 다시 추켜올리고, 찬찬히 몸을 돌리며 트레이너 스쿨 안을 둘러보았다. 로토무 도감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가장 큰 건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학교는 다녀본 적도 없지만 내가 알고 있던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여기에서는 학교를 스쿨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학교 건물 밖으로 누군가 걸어 나온다. 흰 반팔 블라우스를 입고, 목에는 붉은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었다. 여성이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전에, 하우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요, 선생님.”
어머, 벌써 네가 11살이 되었구나! 시간 참 빠르네~.”
선생은 하우ㅡ이 머리를 몇 차례 쓰다듬더니, 뒤쪽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생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무릎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겁을 먹었지만, 뒤로 물러나가거나 하진 않았다.
너도 하우와 같이 섬 순례에 참가할 아이니? 반갑구나. 난 이제부터 너희와 같이 수업을 진행할 트레이너 스쿨의 선생이란다.”
안경 너머에 있는 눈은, 굉장히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친절한 표정, 친절한 몸짓, 친절한 말투. ‘친절한 사람은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태세를 바꾸고 나를 공격할 것 같다는 불안감. 이 버릇은 이 기회에 고쳐야지. 여기서 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없을 것이다.
“…, 저도 잘 부탁드려요.”

[하로시]포켓몬스터:울트라 썬문 12화

나는 어두침침한 방에 있다.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내 귀를 때릴 무렵, 방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짙은 색깔의 목재로 만들어진 아늑한 방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며 바로 앞에 침대를 비춘다. 침대를 중심으로 깨끗한 옷을 입은 어른들이 서 있다. 한 여자가 물이 가득 찬 나무통을 침대 옆에 둔다. 나는 침대 위에 누군가 있음을 알아자리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쉽사리 틈을 내어주지 않았고, 나는 겨우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이 누군지 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몸 위를 새하얀 천으로 덮은채 긴장 한 듯 굳어있는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나다. 갑자기 사람들이 침대 머리맡으로 우르르 이동해, 나만 침대 옆에 덩그러니 놓인다. 침대 위에 있는 나는 시선을 발쪽으로 떨어뜨린다. 그 행동에 나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방 끝에 또다른 방이 있다. 무언가 튀어나올 듯한 어둠이 저 방에 담겨있다. 그 순간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 나타난다. 그것은 여름날 달궈진 콘크리트 위에 아지랑이 처럼 일렁이며 점점 다가온다. 붉다. 마치 불처럼. 아니, 진짜 불이다. 그것은 불타는 검이였고, 들고 있는 사람은 키가 큰 남성이였는데, 파워드 슈트(강화외골격. 여기서는 러시아의 라트니크3를 연상하면 된다._필자)를 입었으며, 눈 부분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남자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 누워있는 나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사냥한 목소리로 묻는다.
“조금 아플거란다. 버틸 수 있겠니?”
침대 위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등이 천장을 향하도록 몸을 뒤집는다.
이상한 각도로 꺾여진 두 흰 날개가 피로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저 커다란게 내 등에 붙여져 있었다는게 지금도 놀랍다.
남자는 불타는 검으로 날개를 자르기 시작한다. 새하얀 깃털은 불꽃에 닿아 타들어가기 시작하고, 고기 익히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침대 위에 나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으로 침대시트를 쥐어뜯는다. 고통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손발이 떨린다. 남자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날개를 잘라낸다.
날개는 완전히 불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등 뒤에 선명한 흉터만이 남는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내가 남성에게 묻는다.
“눈 밑 문신도 지울 건가요?”
남성은 그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건 남겨두도록 하자.”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가 널 알아볼 수 있게.

그 말을 끝으로 침대를 포함한 방안에 모든 것이 소멸한다.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투명한 커튼이 휘날린다.
“그렇군. 자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건가.”
어느 순간, 내 옆에는 황금색 고리를 가진 흰 괴물이 있다.
이 목소리 이미 알고 있다.
“저번에 나에게 말을 걸었던 놈이군."
“맞네. 이 몸은 아르세우스. 자네를 만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때를 찾아 기억을 침범할 수 밖에 없었다네.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닌 것 같은데 사과하지.”
“날 왜 만나고 싶은 거지?”
“단순한 호기심이라네.”
아르세우스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의 양쪽 눈 아래 타원형의 초록색 문양이 새겨져 있다.나와 같다.
“집에 낯선이가 들어오면 집주인으로서는 당연히 경계하고 궁금증이 드는 게 당연하지.”
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는 새하얀 숲 속. 하얀 눈 속에 시커먼 삼나무 줄기가 한없이 이어진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빨려드는 것 같았다.
"이게 자네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인가?”
“응. 어렸을 때는 숲에서 놀 때가 많았어. 내가 살던 곳이 숲 속이였거든."
그대로 몇 분 동안, 작은 방은 오로지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거목 밑에 설원을 새하얀 토끼 두 마리가 장난을 치며 뛰어다녔다.
“… 왜 말이 없어?”
“응?”
아르세우스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날 이 공간으로 부른 이유가 호기심 때문이라며. 뭐라도 질문 해야하는거 아니야?”
“… 자네는 조금 이상하군.”
“뭐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에게 무엇이라도 들키게 되면 상대가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길 바라지. 로토무가 자네의 등의 흉터를 봤을 때처럼 말일세.”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맞다고 바로 인정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 미안하게도 난 자네가 내 세계에 해를 끼치는 존재일지 아닌지만 궁금할뿐 나머지는 내 관심 밖이네. 그리고 로토무는 지금 자네를 배려하고 있는걸세. 함부로 오지랖 떨다가 되려 자네를 상처입힐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걸세.”
정말 이 자는 신이 맞다.
“그럼 하나만 질문 해도돼?”
“마음대로 하세.”
“쿠쿠이 박사는 내가 이계에서 온 걸 알 고 있어?”

다음 날, 나는 아침식사를 하고 쿠쿠이에게 허리춤에 물건을 메달때 쓸 가죽 벨트와, 끈이 얇고 가벼운 작은 크로스백을 받았다. 가방은 여러번 쓴 것 같이 크고 작은 생체기가 나있었다. 나는 로토무에게 트레이너스쿨로 가는 방법을 듣고(쿠쿠이 박사에 연구소 뒤편에 난 길을 따라가다 왼쪽으로 꺾어 쭉 가다보면 나온다) 릴리에, 하우와 함께 길을 떠났다. 어제와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 선선한 느낌까지 들었다.
“무슨 일 있는 있는 건가요?”
릴리에가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확실히 내가 땅만 보고 걷기는 했다.
“... 아무 일도 아니야.”
아르세우스가 말하길, 쿠쿠이 박사는

—내가 이계에서 온 것임을 알고 있다고 한다.

[하로시]포켓몬스터:울트라 썬문 11화

나는 내 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반바지와 후드티를 벗어 속옷차림으로 자리에 누웠다. 내가 쿠쿠이 박사의 연구소로 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벌써 몇 주는 지나가 버린 것 같은데. 나는 등이 천장을 향하도록 엎드렸다. 졸음이 나의 의식을 빠르게 빼앗아가고 있다.
자는거야로토?”
로토무의 목소리였다. 나는 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팔을 들고 다시 떨어뜨렸다.
근심이 있는 모양이네로토. 하지만 빨리 자는게 좋을 거야 로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로토.”
쿠쿠이 박사는 나와 하우는 트레이너 스쿨에 가서 총 삼 일 동안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섬 순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트레이너 스쿨에서 모든 교육과 훈련 과정을 완료하고 수료장을 받아 섬의 왕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트레이너 스쿨에선 무엇을 하는 걸까? 싸우는 방법?”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럼에도, 로토무는 내 말을 알아듣고, 이것 좀 보라며 내가 몸을 뒤집어 자신을 보게 하였다. 도감 화면에는 트레이너 스쿨로 추정되는 건물의 사진과 문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럼 이것 좀 읽어. . . 아 참, 너 글 못 읽지로토?”
.”
나는 다시 몸을 뒤집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글 가르쳐주기로 했는데로토.”
아 생각났다.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린 것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 늦었으니 그건 내일 하도록 하자로토.
잘 자.”
로토무는 이 말을 남긴 채 방에서 나갔다. 뇌가 받아들이는 충격이 큰 이유인지 어깨의 고통이 살아났다. 방금 ‘-로토’를 붙이지 않았지?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로토’를 붙이는 건 일부로 그랬다는 거야?

로토무는 방을 나선 후 이유 없이 불 꺼진 거실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문득 다락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올라가 확인했다.
‘역시나.’
릴리에는 스탠드를 켜놓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책과 공책, 그리고 필기구가 책상 위에 퍼져있는 걸 보니 공부하다 잠든 모양이다. 로토무는 스탠드를 끄고 릴리에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자신이 인간이었다면 릴리에는 소파로 옮겨주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 주인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구나… 나도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쿠쿠이에게 물어볼까?'
로토무는 쿠쿠이가 있을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실은 형광등으로로 방을 비추고 있음에도 꽤 어두웠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행인 점은 로토무에게는 코가 없다는 것이다. 쿠쿠이는 사무용 책상 위에 노트북은 올려놓고 여러 사진을 들어서 자세히 보다가 다시 내려놓고 타자를 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밤이었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었음에도 많이 더운 모양인지 가운도 벗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로토?”
로토무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물으며 쿠쿠이 옆으로 다가가 슬쩍 노트북 화면과 사진들을 흩어보았다. 쿠쿠이가 지난 몇 주간 릴리마을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었다. 포켓몬의 기술을 연구하는 그답게, 대부분의 사진들은 포켓몬들이 기술을 시전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들이었다.
“일하는 중이지 뭐. 섬 순례할 동안에는 일할 시간이 없을 테니 끝내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대답에 로토무는 다시 질문했다.
“어? 쿠쿠이 너도 같이 가는 거야로토?”
쿠쿠이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애들끼리 보내면 위험하잖아.”
쿠쿠이는 당연한 듯이 말했고, 로토무는 이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섬 순례는 본디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끼리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을 나서기 전, 로토무는 다시 한 번 더 쿠쿠이의 책상을 살펴보았다. 큰 의미는 없다. 로토무는 그저 쿠쿠이가 요즘 무엇을 연구하고 조사하나 궁금했었다. 하지만 로토무는 수많은 종이와 포켓몬 사진들 가운데 이질적인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말았고, 이를 눈치챈 쿠쿠이는 손가락으로 슬쩍 다른 종이 뒤로 밀어 넣었다.
“이제 그만 가주겠어? 할 일이 산더미라 말이야.”
“…알았어.”
로토무가 방문을 밀어 열려는 순간, 쿠쿠이가 로토무를 불렀다.
“에테르제단에 대해 들어봤어?”
심장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입안이 사막 한가운데 마냥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뒤돌았다.
“그럼! 포켓몬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단체잖아로토?”
쿠쿠이는 어느새 의자를 돌려 로토무를 바라보았다. 로토무는 지금 쿠쿠이가 짓고 있는 저 표정이 혐오스러웠다.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에테르 파라다이스로 견학을 할까 해. 너도 같이 갈 거지? 그 아이의 도감이니까.”
“그럼! 기대되는걸?”
로토무는 숨이 턱턱 막혀오고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방을 나왔다. 말을 더듬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로토무가 인간이었다면 그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을 것이다.
‘젠장 젠장 젠장….’
말 조심하라는 협박임이 분명하다. 그 사진 한장이 뭐라고.
로토무는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주인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작게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자고 있는 자신의 주인 옆에 누윘다.
‘넌 …대체 누구야.’
쿠쿠이가 숨기려고 한 사진은 밤하늘 가운에 벌어진 커다란 틈이었다.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처럼 벌어진 틈새 사이도 밝은 초록색 빛이 새어 나왔었다. 근거는 없지만 로토무는 그것이 자신의 주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 못 물어봤네.’


[하로시]포켓몬스터:썬문 10화(섬 순례 증표)

하우가 기척을 눈치채고 우리쪽으로 돌아보았고, 나를 알아보자 그대로 뛰어왔다. 그러고선 갑자기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나는 놀라 뒤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미안!”
나는 그 말과 행동은 이해하지못하고 눈만 꿈뻑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
“사고였어.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야.”
전력축제때 내가 넘어진 것을 하우는 걱정하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크게 다쳤을 텐데…”
‘‘이것봐.’’
나는 보란듯이 팔을 힘차게 빙빙 돌렸다. 솔직히 어깨가 부서질 듯한 통증은 있지만, 자존심 성해서 티를 내고 싶지는 않다.
“괜찮잖아.”
나는 하우를 향해 웃어보았다.
“자자, 들어가자. 섬순례에 대해서 할 예기가 남아있어요.”
쿠쿠이 박사는 우리 둘을 연구실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말했다.

“우와 여기가 쿠쿠이 박사님 연구소구나!”
하우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구르더니 커다란 수족관에 달라붙었다. 내가 그에게  산만하게 하지말라고 말하기위해 수족관쪽으로 걸어갔지만 그는 다시 다른 포켓못을 보러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나는 포기하고 수족관 안에 있는 포켓몬을 구경하였다.
인공해초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분홍색 물고기는, 마치 하트모양을 닮았다.
“로토무, 이 포켓몬은 뭐야?”
나는 그 물고기 포켓몬을 카메라로 연신 찍어대는 로토무에게 물었다.
“사랑동이야로토. 그거알아? 사랑동이를 만난 커플은 영원의 사랑이 약속된다고한다로토. 정말 낭만적이지 않아 로토?”’
“딱히.”
“역시 파트너는 감성이 없어로토.”
고개를 돌리니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앞에서 하우와 릴리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무래도 하우가 릴리에 방으로 가려다 릴리에에게 저지당한 모양이다.
‘별구름 때문인가.’

“자자 모두 여기로 모이렴.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
쿠쿠이 박사님이 우리들을 거실로 모았고, 그는 팔짱을 끼고 우리를 쭉 흩어보았다.
“섬 순례에 대한 거죠?"
하우가 팔 한쪽을 번쩍 들고 말했다. 저 단어가 벌써 귀에 익었다.
“그렇지. 넌 잘 모르겠지만, 이 지방사람들은 11살이 되면 섬 순례 챔피언을 목표로 모험을 떠난단다.”
쿠쿠이 박사가 나를 보며 말했고, 로토무가 설명을 추가했다.
“알로라에는 4개의 섬이 있고 각각에 섬의 왕이 있다.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7개의 시련을 클리어해야 해로토!”
나는 순간 쿠쿠이 박사가 처음 나를  릴리마을로 데려다준 때가 기억났다.
“그 포켓몬 체육관 대신 존재한다는 게… 섬 순례 였나요?”
“아아 그 말을 기억하고 있구나. 맞아! 그래서 말인데, 나는 네가 섬 순례에 참가하길 바래.”
내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왕이면 이 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거절할 수는 없죠.”
내 대답에 쿠쿠이 박사가 웃었다.
“나도 사실 너에게 이걸 전달해 주러 온 거였어. 할아버지가 전해달래.”
하우가 나에게 건넨건 짧은 가죽끈이 달딘 평평한 나무조각이였다. 끈에는 알록달록한 구슬이 달렸고, 나무조각에도 서로 다른 색의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뭐야?”
“섬 순례 증표야.”
하우는 자실의 바지주머니에서 내 것과 똑같이 생긴 섬 순례 증표를 꺼냈다.
“너도 가는 거야?”
“당연하지 나도 너와 같은 11살이니까.”
“이 지방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지역을 체험하는 거군요.”
나는 릴리에가 한 말에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면 릴리에도 피부색 등을 보아 이 지역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어쩌다 쿠쿠이 박사의 조수가 되었을까.
“그런데, 섬 순례는 언제 시작하는 건가요?”
나는 질문을 쿠쿠이 박사에게 던졌다.
“흠, 나는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자는 편이야. 긴 여행이 될 지도 모르니 준비가 많이 필요하거든.”
하우가 다시 손을 들고 질문 했다.
“그럼 저희는 그 일주일 동안 뭘 하면 좋을까요?”
“트레이너 스쿨! 내일 너희는 그곳으로 갈꺼다!”

[하로시]포켓몬스터:썬문 9화(몬스터볼)

나는 반쯤 포기한 채로 윗옷을 벗었고, 로토무가 날개로 내 어깨를 한번 쓰다듬더니 쿡 찔러보자, 나는 고통에 신음한다. 로토무가 왜 내 등에 있는 상처에 대해 묻지 않는지는 추측조차 할 수 없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라고 자신을 안심시켰다.
박사님과 릴리에는?”
나는 다시 옷을 입으며 물었다.
쿠쿠이씨는 할라님에게 가셨고, 릴리에는 의사를 부르러 갔다 로토.”
조심스럽게 어깨를 한번 돌려보니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의사를 부를 정도는 아니다.
방문이 열리고 쿠쿠이 박사가 돌아왔다. 그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자,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며어깨를 한 번 돌려 보였다. 후에 릴리에가 돌아오고, 그녀에게서 위급환자가 많아 올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주변에서 큰 사고가 난 모양이더라고요피 흘리는 사람들도 많고…”
의사를 부를 정도는 아니야.”
나는 한숨을 쉬는 릴리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갈까? 포켓몬 트레이너에게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 줘야 하거든.”
쿠쿠이 박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소 뒤편에는 풀숲이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며, 내 무릎까지 오는 풀들이 간간이 부는 바람에 의하여 약하게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하늘에 해는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무언가 챙겨야 할 것이 있어 먼저 나가있으라고 했던 쿠쿠이 박사는 양손으로 작은 은빛 케이스를 들고 뒤늦게 뛰어왔다.
이제 너에게도 새로운 포켓몬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말이야. 자 저길 봐.”
쿠쿠이 박사가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풀들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풀들이 크게 부스럭거리는 것을 보고 저기에 포켓몬이 숨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쿠쿠이 박사가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몬스터볼을 꺼내고 던져서 암멍이를 내보내 바스락거리는 풀들을 향해 물기하는 기술을 명령했다. 암멍이가 뛰어가 풀숲으로 몸을 던지자, 작은 새가 급하게 뛰쳐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암멍이, 몸통박치기!”
암멍이가 작은 새를 향해 뛰어올라 몸을 부딪히고 작은 새를 추락하는가 싶더니 날개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부리를 빛내며 암멍이의 몸통을 쪼았다. 나몰빼미가 최근에 배운 쪼기라는 기술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물기!”
암멍이는 데미지를 꽤 받은 모양임에도 쉽게 이빨로 작은 새를 물어뜯었고, 새는 더 이상 공중에 있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때 쿠쿠이 박사가 또 다른 몬스터볼을 꺼내 작은 새에게 던졌고, 작은 새가 몬스터볼에 빨려 들어갔다. 몬스터볼이 마구 요동치는지 풀들이 크게 흔들렸지만 곧 잠잠해졌고, 쿠쿠이 박사가 그 몬스터볼을 주었다.
야생 포켓몬과 대결해서 상대의 체력을 낮춘 다음, 잡으면 포획 확률이 높아진단다.”
그럼 이제 그 포켓몬은 박사님께 되는 건가요?”
내 물음에 쿠쿠이 박사는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 고개를 끄덕거리고, 몬스터볼을 공중으로 던져 그 작은 새를 꺼냈다.
그런데 그 포켓몬 이름은 뭐라고하죠?”
콕코구리. 콕코구리라고 해 로토.”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로토무가 내 옆에 날아와있었다. 그것은 화면에 콕코구리 사진을 띄어주며 설명을 했다.
도감번호 731. 콕코구리. 노말, 비행타입. 1초당 16 나무를 쪼아서 구멍을 낸다. 구멍은 먹이를 넣어두는 저장고나 둥지로 쓴다.”
콕코구리는 쿠쿠이 박사에 어깨 위에서 부리로 자신의 날개 안쪽을 긁었다. 마치 전에 보았던 거리를 떠도는 새 조련사 아저씨의 새들을 연상시키는데, 몬스터볼로 잡으면 포켓몬의 경계심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름대로 추측을 하고 있다가 쿠쿠이박사가 무언가 생각난 손바닥을 부딪히자, 고개를 들고 쿠쿠이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몬스터몰을 꺼냈던 가운의 주머니와는 반대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팔찌였는데, 장식으로 달린 돌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는 조금 오래걸렸다. 릴리에와 카푸꼬꼬꼭을 처음 만났을 주웠던 돌이며 할라가 내일(그러니까 오늘) 돌려준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쿠쿠이박사가 건넨 팔찌를 팔에 끼웠다. 조금 헐렁했지만 쉽게 빠지지는 않을 듯하다.
“’Z링이라는 거야. 할라님과 같은 섬의 왕들은 카푸꼬꼬꼭에게 받은 빛나는돌을 가공해서 Z링으로 만들지
."
"Z링이요?"
"Z파워를 이끌어내는 신비한 팔찌를 말해. 다만 섬 순례를 통해 Z크리스탈을 모으지 않으면, Z파워도 쓸 수 없게 되지만 말이야."
나는 Z링을 빤히 쳐다보았다.
"섬 순례하는 거 어떻게 하는 거죠?"
내 말에 쿠쿠이 박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런 반응을 기대했어! 섬 순례란...."
"문 앞에 손님이 와있다 로토."
로토무가 쿠쿠이 박사의 말을 끊었다. 로토무의 말대로 연구소 문 앞에는 정말로 누군가 서있었다. 짧게 위로 묶은 짙은 녹색머리 소년, 하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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